라틴아메리카 사회경제

[에콰도르 경제] 에콰도르는 어떻게 세계 최대 새우 수출국이 되었나?

디오_ 2023. 4.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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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Mundo

2023년 4월 21일

 

 

사업가 Jorge Castro(호르헤 까스뜨로)가 팔을 뻗어 Guayaquil(과야낄)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Taura(따우라) 옆에 있는 축구장 크기의 저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구글지도: 에콰도르 Guayaquil Taura 강 위치

 

 

"Antes todo esto eran arroceras. Ahora son granjas de camarones"
- 예전에는 이 모든 것이 논이었습니다. 지금은 새우 양식장이예요.

 

 

200헥타르 규모(여의도의 0.7배)의 농장에서 매년 1,300톤 이상의 갑각류를 생산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지난 해 10억 6천만톤 이상의 수출 새우를 수출하면서 해당 부문의 모든 기록을 경신했고 현재 에콰도르 내 약 4,000개의 새우 회사가 영업중이다.

 

국립수산양식회의소(CNA, Cámara Nacional de Acuacultura)는 1960년대 새우 수출 산업이 태동한 이래로 생는 에콰도르 경제의 기둥이 되었고, 오늘날 새우 양식업은 약 28만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의 새우수출 활성화는 동시에 에콰도르의 해안과 맹그로브 지역을 변화시켰고 위험한 해적들과 무장 범죄자들도 끌어들였다.

 

 

 

'핑크색 금'의 나라

새우가 에콰도르 해안에서 자연적으로 서식함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는 이제 거의 잡히지 않고 거의 모든 생산이 산업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최적의 유전적 조건에 의해 선택된 수컷과 암컷을 번식시켜 수백만 마리의 새우 치하(새끼 새우)를 생산하는 실험실에서 시작된다.

 

에콰도르 국립어업회의소(CNA) 제공사진: 새우는 한 번의 산란으로 수천 또는 수만마리의 치하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새우 치하들이 자라면 종묘장에서 키워진 후 맹그로브 지역이나 마른 땅 지역의 저수지 또는 양식장으로 옮겨진다.

 

에콰도르 새우 사업가들은 산소 부족으로 새우가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펌프장과 게이트 시스템을 통해 양식장과 강 또는 바다 사이에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양식장의 새우들은 '균형사료(Balanceado)'라고 불리우는 콩, 어분 및 기타 영양소의 혼합물을 먹고 자라며, 선호 무게(일반적으로 20~30g 정도)에 도달할 때까지 3~4개월 동안 양식 한 후 그물로 잡는다.

 

그렇게 양식장에서의 모든 작업이 끝나면 새우를 선별, 포장 및 유통하는 가공회사에 최종적으로 판매된다.

 

지난 2014년 국세 해산물 시장에서 에콰도르산 새우는 1파운드(약 450g)당 미화 3.75달러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고 그 다음 해부터 점차 하락하여 현재 약 3.1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통상 새우 생산 업체와 가공·포장·유통업체가 총 수출 수익의 절반씩 나눠갖는데, 지난 해 에콰도르의 총 새우 수출액은 약 미화 73억 달러(약 9조 7천억 원)이기 때문에 에콰도르에서 새우를 '블랙 골드'(석유)만큼이나 수익성이 높고 탐내는 '핑크 골드'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에콰도르 생산·대외무역·투자·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석유는 2022년 남미 총 수출의 35.5%를 차지하는 핵심 자산인데 새우가 23.6%로 바로 그 뒤를 이으면서 가장 많은 비석유 수출품을 기록했다.

단위: 백만달러 / 에콰도르 새우 수출량 추이(2012~2022)_에콰도르 국립수산양식회의소, BBC News Mundo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새우 5마리 중 1마리는 에콰도르산인데, 나라 이름이 적도 그 자체인 에콰도르 특유의 고온 다습한 열대 기후, 자연 필터 역할을 하는 광범위한 맹그로브 숲으로 인한 양질의 수질 등의 흰다리새우와 같은 토종 어종에게 유리한 조건들 덕분에 에콰도르는 1960년대 새우 산업의 선구자였다.

 

여기에 여러 가족들과 기업들이 야심과 노력이 더해져 초기 몇 년 동안 컨테이너 단 몇 개 만을 수출하다 2011년에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에콰도르 GDP의 5.7%에 달하는 65조 5,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인베스트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GDP의 약 7% 가량을 차지하고 약 20만명 가량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흔히 '삼성전자가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한국 경제계는 이에 대해 사뭇 진지한데, 이는 GDP 비중의 10%도 되지 않기에 자칫 작아보일 수 있지만 해당 산업과 연계된 또 다른 산업들과 그들의 투자, 소득, 소비 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과 비교해봐도 GDP 5.7%의 비중과 2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에콰도르에게 새우 산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의 역할

역설적이게도 에콰도르 정반대에 위치한 한 국가가 새우 에콰도르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China nos enseñó a producir camarón grande"
- 중국이 우리에게 큰 새우를 생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Boris Bohórquez 에콰도르 어업협회장)

중국은 지난 2022년 에콰도르산 새우 수출량의 59%를 사들였고 미국(20%), 유럽(15%), 중국 외 아시아(4%), 미국 외 북·중·남미(2%)가 그 뒤를 이었는데, 이는 산업 초창기 대부분 서구로 수출되던 에콰도르 새우 산업에 발생한 가장 큰 변화다. 

 

2014년까지 에콰도르는 총 새우 수출량의 60%를 유럽과 미국에 수출했지만 그 이후 중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한 새우만으로는 국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에콰도르 새우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더 큰 새우를 요구했다.

 

중국의 새우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에콰도르의 양식업자들은 새로운 수요에 맞춰 생산 기술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새우의 크기를 기존 평균 약 18g에서 약 30g으로 늘리기 위해 양식 기간을 3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했다.

 

에콰도르 국립수산양식회의소(CNA)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해외에서 사들인 모든 새우의 약 70%가 에콰도르산이었고 인도산 새우가 18%로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에콰도르는 오직 새우 하나 만으로 지난 해 중국에 가장 많은 해산물을을 수출한 나라가 되었고 총 수출액은 35억 8,200만 달러를 육박하면서 영토가 압도적으로 넓은 러시아의 27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에콰도르 새우 산업 부흥에는 사실상 중국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Somos mutuamente dependientes"
- 우리(중국과 에콰도르)는 상호 의존적입니다

(José Antonio Camposano, 에콰도르 어업회의소 회장)

 

 

 

새우 양식장의 '암'

심각한 치안, 안보 문제가 있는 에콰도르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산업은 거의 필연적으로 범죄의 희생자가 된다.

 

14헥타르 규모의 작은 새우 양식장에서 연간 약 15톤의 새우를 생산하여 약 2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Víctor Vergara(빅또르 베르가라)는 무장한 해적들이 사업장에 침입하여 공격하고 권총이나 소총을 겨누며 모든 것을 가져간다고 밝혔다.

 

그는 2년 전 늦은 밤 무장한 해적들이 그의 양식장에 침입하여 경비원에게 중상을 입히고 보트와 각종 자재들 뿐만 아니라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빼았아갔다고 말하면서 해당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새우 양식장들이 유사한 공격을 당했고 이들 대부분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Recibimos amenazas. Te envían mensajes por medio de otras personas diciéndote que si demandas o avisas a la policía te van a matar"
- 우리는 위협을 받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당신이 경찰에 고소하거나 신고하면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에콰도르 수산양식협회장 Danilo Rengifo(다닐로 렝히포)는 현재 에콰도르 새우 양식장 공격 상황을 '마치 암과 같다'고 표현한다.

 

에콰도르 새우 양식산업은 이미 새우 가격 하락, 펜데믹, 지진, 폭우, 만조 등 다양한 문제들과 싸우고 있는데 새우, 배, 사료까지 강탈하는 해적들의 존재는 큰 위협이 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해적들은 주로 과야킬이나 다른 주변 도시 변두리 출신의 16세~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인데, 이들은 홀로 활동하거나 최근 에콰도르에서 증가하는 폭력과 불안정과 관련있는 범죄조직에 연루된 청년들이라고 한다.

 

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해적 공격 빈도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18%나 증가했고, 지난 한 해에만 양식장 강탈 범죄로 인한 손실이 약 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업계는 정부 또는 공식 기관에도 신고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많은 만큼 작년 동 기간 대비 공격 빈도는 최소 4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자의 코멘트 : 경제적 부흥의 기초는 '안정'

지난 1980년대 중남미는 심각한 외채위기를 맞아 10년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이를 '중남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이때 이 외채위기로 촉발된 1,000%를 한참 웃도는 인플레이션 해결 방안을 두고 CEPAL(라틴아메리카 카리브 경제위원회: 중남미 경제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엔산하조직)과 IMF는 상반된 의견으로 치열하게 논쟁했다.

 

IMF는 경제적 안정을 우선시하여 긴축재정, 시장 개혁(신자유주의식 개방경제), 통화량 축소 등 강력한 경제정책들을 요구했고, CEPAL은 IMF식 경제개혁이 지나치게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정치적 안정을 중요시)하여 임금, 가격 등을 통제하여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 결과 CEPAL 방식을 따랐던 중남미 국가들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안정 뒤 또 다시 초인플레에 빠졌지만, IMF 방식을 따른 국가들은 인플레를 극복하고 외자유입의 증가에 힘입어 성장을 이루어냈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은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재산이 걸렸든, 목숨이 걸렸든 현대 인류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언제 내 사업체를 빼았길지 모르는 곳에 많은 사업자들이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제 내 투자금의 가치가 폭락할지, 자금 유출이 동결되어 묶여버릴지 모르는 곳에 투자자들이 많아질리가 없다.

언제 내가 직장에서 해고될지,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사업장에서 일하겠다는 인재는 없다.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장은 아무리 그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한들 참여자를 증가시키기도, 오랜시간 동안 유지시기도 어렵다.

 

이처럼  '안정적 경제(주로 물가)'와 '굳건한 안보', '든든한 치안'이 국가 경제 부흥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인프라다.

 

이러한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부흥하기 어려운 것은, 더럽고, 주차장도 없고, 카드결제도 안되는 전통시장들이 소비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디오라탐 유튜브: https://youtube.com/@-diolatam

 

 

 

 

출처/기사인용:

1. Cómo Ecuador se convirtió en el mayor exportador mundial de camarones (y qué papel clave jugó China) - BBC News Mundo

2. 인베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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