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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건으로 무장한 괴한이 생방송 뉴스 진행자에 총을 겨누고 위협하는 장면, BBC

 

지난 2024년 19일 저녁, 에콰도르 무장 범죄조직원 다수가 에콰도르 남서부 '과야낄'에 위치한 TC 방송국 생방송 현장을 습격했고, 해당 모든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 5건에 불과했던 중남미 최상위 범죄 청정국 에콰도르는, 5년 만에 40건으로 8배 급상승하며 남미 1등을 기록했다.

 

 

에콰도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사건개요

현지시간 19일 14시경, 복면을 쓰고 샷건, 소형기관총, 권총,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에콰도르 범죄조직원들이 TC과야낄 방송국 생방송 현장 급습 및 점거한 후 방송관계자들을 위협하며 인질극을 펼친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파되었다.

이들은 수류탄을 카메라에 들이밀고, 진행자의 셔츠 주머니에 폭탄을 넣고, 머리에 샷건을 겨누는 등의 위협행위를 하였으며 건물 일부에서는 총성도 들렸다고 전해진다.

 

범죄자 대부분이 10~20대 청년들로 보여 충격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에콰도르는 즉시 경찰 전술팀을 긴급 투입하여 범죄자들 13명 검거, 인질 구출을 완료하였으며 사상자는 다행히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행위는 하루 전 1월 8일에 발표되어 1월 9일부터 발효된 Daniel Noboa 대통령의 긴급 행정명령 제111호에 대한 반발행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콰도르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 - 2023년 11월~

 

최근 급상승한 살인율이 대변하듯 에콰도르 내 조직범죄집단의 전국적인 규모의 납치, 절도, 폭력, 폭동, 집단탈옥, 공공·산업시설 점거 및 인질납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1월에 당선된 Noboa 대통령은, 범죄조직의 행위들을 내부 무력충돌로 규정하고 이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 선언했고, 매우 이례적으로 행정명령에 총 19개 범죄조직명을 언급하며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하고 ‘군사작전의 대상’이라고 적시했고, 이에 따라 육군과 경찰을 배치 하여 본격적인 군사작전 개시할 것을 명령했다.

 

에콰도르 대통령 행정명령 제111호(1.9.)

 

 

현 사태의 발단 원인

최근 에콰도르 사태는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누적된 경제적&사회적 문제점들이 만들어낸 빈틈들이 결국 사회 전체를 무너뜨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 사태의 원인을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다.

 

1. 1990년대 -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독약처방: ‘달러라이제이션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남미 대다수의 국가들은 세계 강대국들의 거대자본 및 기업의 영향에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의 중남미 권역별 시장통합의 시도와 함께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수입대체산업화' 즉, 국산화 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국제 경쟁력 약화, 비생산성 증가, 부패증가 등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겪으며 1980년대에 고질적인 경제위기를 겪을 때쯤 미국으로부터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었다.

 

1990년대 중남미를 휩쓴 신자유주의 열풍으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우경화된 정부의 정책지도 아래 개방, 긴축, 민영화, 금융자유화 등의 경제개혁을 단행했으나, 이때 대부분 휘발성 높은 해외 단기 투기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마치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드나들듯 대규모 자본이 빠졌다 나가기를 반복하여 외부적 취약성이 증가했고 이 때문에 주기적인 외환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말 에콰도르도 다른 중남미 국가와 유사하게 심각한 인플레와 외환위기 발생한데에 더하여,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당시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석유가격 폭락으로 위기는 가중되었다.

시기별 국제유가 변동 추이 및 주요 사건

 

당시 여러 중남미 국가들이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크롤링페그제, 고정환율제 등을 도입하는 흐름에 맞춰 에콰도르도 2000년 기존 공식 화폐 Sucre Ecuatoriano를 폐지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화폐로 도입하는 달러라이제이션단행했는데, 이때의 결정이 수십년 뒤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000년, 공식 폐지된 과거 에콰도르 공식화폐 수끄레(Sucre Ecuatoriano)

 

 

2. 2000년대 - 오일머니의 양면성: 석유의존도 상승 & 부정부패증가

2000년대는 베네수엘라 석유공사 대규모 파업, OPEC 감산 등으로 급등한 석유가격 덕에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높은 대외수입을 거두었으나 석유의존도가 상승하고 부정부패가 증가하는 문제점을 낳았던, 즉 '자원의 저주' 시대다.

 

이후 7년간의 우파정부의 노력에도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분노한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Rafael Correa 좌파정부가 집권했다.

 

에콰도르 전 대통령 파라엘 꼬레아(Rafael Correa) - 2007년 ~ 2017년

 

Correa 정부는 풍부해진 석유판매금으로 인프라, 교육, 보건 등 사회복지 분야 대규모 투자 단행했는데, 이는 빈곤 감소, 불평등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과 더불어 Correa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석유의존도 상승에 따른 경제다변화 실패 부정부패증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양면성이 들어났다.

 

과거 에콰도르 석유 생산량 추이 및 미래 생산량 예측 그래프

 

에콰도르 부정부패지수 추이 - TradingEconomics

 

3. 2010년대 - 2중고 타격: 석유가격 폭락 & 코로나19

시기별 국제유가 변동 추이 및 주요 사건

 

2016년 미국 셰일혁명, 석유공급과잉 등으로 석유가격이 폭락하자 에콰도르 경제는 심각한 타격입었고, Correa 전 대통령은 결국 부패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orrea는 이를 등지고 해외로 도주하였으며, 2017년에 그 빈자리를 채운 Lenin Moreno 정부는 중도좌파 정부임에도 집권 즉시 재정악화 완화를 위해 정부지출 대폭 축소하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에콰도르 저소득층의 취약성이 증가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었다.

 

에콰도르 전 대통령 레닌 모레노(Lenin Moreno) - 2017년 ~ 2021년

 

4. 2017년 - 유럽 마피아의 상륙: 범죄하청

Moreno 정부가 집권한 그 해 유럽 마피아도 에콰도르에 상륙했다. 

 

2017년 서민층 붕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달러라이제이션이 공존하는 에콰도르는 국제 범죄집단의 새로운 전진기지가 되기에 충분했기에 유럽 마피아는 새로운 마약생산·유통의 허브이자 돈세탁소로 에콰도르를 선정했다.

 

콜롬비아, 페루 등 고전적인 코카인 생산국가들의 마약단속이 엄격해지자 마피아는 에콰도르를 중남미 코카인 허브로 삼았다. 콜롬비아, 페루 등 주변국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에콰도르로 운반하고 에콰도르 내에서 생산되는 코카인까지 함께 멕시코,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북미 국가로 보내졌고, 이곳에서 처리·포장된 후 미국에 판매되었다.

 

에콰도르 국내 코카인 유통 경로 - 에콰도르 경찰청

 

 

에콰도르 국제 마약유통 경로 - 에콰도르 프로젝트

 

마피아는 자신들의 마약사업의 안정화·확장하고 수월하게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시민들의 혼란 및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은 다량의 마약판매금으로 강탈, 요인암살, 마약 생산, 운반 등의 범죄활동을 에콰도르 국내 조직에 하청을 맡겼다. 마약판매금 및 세탁을 마친 큰 돈이 범죄조직에 유입되자 이들의 규모는 점차 성장했고 범죄활동 급증하기 시작했다.

 

5. 2020년대 - 코로나19 확산 + 서민층 붕괴 = 범죄조직 비대화

2020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뼈아픈 고통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과감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했다.

미국 통화량(M2) 추이 -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대한민국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공고

 

미국은 전례없는 통화량 증가를 기록했고, 한국 정부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금리를 낮추고 각종 지원금의 명칭으로 취약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금전적 지원을 강행했다.

 

하지만 과거 2000년부터 시행한 달러라이제이션때문에 화폐정책을 구사할 수 없는 에콰도르는 다른 나라들처럼 유동성 공급을 통해 충격완화를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실업률과 빈곤율이 급증했고, 서민생활이 완전히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필 이러한 심각한 경제위기 및 사회적 혼란 시기에 사춘기를 겪어 부모의 보호도,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성인이 된 뒤에는 직장조차 얻기 힘들었던 10~20대 청년층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과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받을 수 있었던 범죄조직으로 대거 유입되어 오늘날 '생방송 뉴스 테러'로 전 세계에 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6. 현재 - 정부의 통제능력 상실: 범죄조직의 정치개입

2017년 정부의 범죄조직 소탕 노력에도 불구 오랜 재정악화와 뿌리깊은 부정부패로 사실상 경찰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 사이 더욱 비대해진 범죄조직들은 Fernando Villavicencio 전 대통령 후보, Manta 시장 등 본인들에게 적대성을 들어내는 다수의 정치인들을 암살·테러하며 정치분야에도 개입하고 있다.

 

2023년 7월 암살된 에콰도르 Manta시 당시 현직 시장 아구스띤 인뜨리아고(Agustín Intriago) - Noticias Caracol

 

선거기간 도중 암살된 전 에콰도르 대통령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쎈씨오(Fernando Villavicencio) - EL PAÍS

 

마치며

에콰도르 대통령은 범죄조직들을 군사작전의 대상으로 보고 육군을 투입하여 사실상 대규모 사살 및 소탕을 예고했고, 주변국들의 경찰력 지원 결정 등 여러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 모든 사태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

하지 못하면 범죄조직의 뿌리를 뽑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전투입을 위해 이동중인 에콰도르 육군

 

'페루, 에콰도르 국경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육군을 파병할 것' - El Debate

 

무력충돌의 지속기간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에콰도르와 국경을 마주한 콜롬비아 남부, 페루 북부지역에 여행, 출장 등을 계획하신 분들과 해당 지역 거주자 분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 출연하여 발언중인 양성관 과장님

 

‘마약은 가난한 나라에서 만들어서 부자나라에 판매된다.’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성관 과장 - 유튜브 '언더스탠딩')

 

과거 60~70년대 일본 히로뽕 공장이었던 한국이 변화한 것처럼 에콰도르와 중남미에도 하루빨리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관련 영상 : https://youtu.be/01xv98mtg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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