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신재생 에너지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현 시점에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석유 생산량은 향후 10년동안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동안 국제 시장이 계속해서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요구하겠지만 다가올 10년이 끝나기 전에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추세가 역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의 자리를 대체할 때까지 '검은 금덩이' 석유는 지속적으로 국제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IEA는 세계 석유 생산량이 2028년까지 매일 580만 배럴 수준으로 증가하고 이 추가 공급량의 1/4이 중남미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EA는 인류 마지막 석유 붐의 주인공으로 브라질, 가이아나, 아르헨티나를 꼽고 있다.
IEA에 따르면 다양한 이유로 베네수엘라, 멕시코, 에콰도르, 콜롬비아와 같은 전통적인 중남미 산유국들이 향후 5년 동안 국제시장에서 원유 공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시대는 과거에 남겨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ce University 베이커 연구소(美 텍사스)의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란씨스꼬 모날디(Francisco Monaldi)는 BBC Mundo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들의 석유시장 쇠퇴를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로 말했다.
중남미에서 가장 작고 가난 했던 나라, 가이아나의 떡상
총 인구 약 80만명이 거주하는 남미 북부의 작은 나라 가이아나는 국토 면적 214,969㎢로 남한의 두 배정도 크기이다. 국토 면적의 약 5%를 차지하는 대서양 해안가 지역에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작가능지역도 해안가를 따라 위치해 있으며, 나머지 국토의 90% 가량은 산악지역, 5% 가량의 목초지로 국토가 구성되어있다.
지리적 특성에 맞게 농업, 임야업, 광산업, 어업 등과 같은 1차산업과 소규모 관광업에 의존한 가이아나는 2020년 기준 GDP 약 55억 달러로 우리나라 GDP의 30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1인당 GDP는 $6,863로 중남미&카리브 40개국 중 26위 수준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적어도 지난 2015년 미국 거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이 가이아나 앞바다 대서양 깊은 곳에서 최초로 약 110억 배럴로 추정되는 원유 매장량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정도 양이면 가이아나는 향후 10년 동안 강력한 원유 수요를 활용해서 2028년까지 매일 12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예측이 실현되면 '가이아나는 쿠웨이트를 능가하는 세계에서 인구당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모날디는 설명했다.
이러한 예측을 입증하듯 가이아나 GDP는 지난 한 해에만 91% 증가했고, 1인당 GDP는 276% 증가했다. 2020년에 비해 가이아나 GDP와 1인당 GDP는 약 3배씩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1인당 GDP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중남미 평균을 넘지 못하다 2021년을 기점으로 평균을 아득히 초월하는 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가이아나의 부가 어떻게 분배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가이아나 정부는 해저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원유가 만들어내는 자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과거 다른 산유국들이 저지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지역의 석유 리더, 브라질
가이아나와 함께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 석유 붐의 주역이 될 것이다. 브라질의 원유 스토리는 수중 발견과 깊은 관련이 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연안 유전 중 하나인 수심 3km 그리고 추가로 5km의 암반 및 소금층 아래에 위치한 곳에서 원유를 추출한다.
해당 유전의 발견은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았으며 2017년에는 당시 주도권을 쥐고 있던 멕시코를 제치고 중남미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 전통적인 중남미 산유국의 아이콘이었던 베네수엘라는 그 시점에 생산이 붕괴될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고, 브라질은 이를 틈타 지난 6년 동안 2022년 기준 매일 22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할 때까지 석유 생산량 증가를 멈추지 않아 세계 8위의 산유국 자리에 올랐다.
모날디는 브라질과 가이아나는 다른 산유국들에 비해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원유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세계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이 화석연료의 오염 효과에 대해 두 나라 모두 배럴당 CO2 배출량이 세계 평균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많은 국가들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CO2 배출 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미래에 이러한 유형의 원유가 시장에서 더 큰 수요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
또 다른 미래 석유 붐의 주인공 아르헨티나는 연간 100% 훨씬 상회하는 인플레이션과 만성적인 부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셰일가스 세계 2위, 셰일오일 4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죽은 암소'(Vaca Muerta) 광구가 있다.
IEA는 올해 아르헨티나 셰일오일 및 가스 생산량이 일 평균 7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Rystad Energy에 따르면 10년 정도가 지나면 매일 100만 배럴 생산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기존 석유 생산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셰일가스 및 오일의 전망이 좋지많은 않다.
뒤쳐진 국가들
중남미 석유 생산의 역사적 지도자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남았다.
멕시코의 원유 생산량을 2004년에 정점을 찍은 후 대략 절반으로 떨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국영 석유 회사인 Pemex의 개발을 촉진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까지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정부가 수백만 달러의 세금 감면 및 기타 재정 지원 제공에도 불구하고 Pemex는 반등하지 못했고 부채가 1,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석유회사가 되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연구원인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 Pemex는 상업적 목적을 위한 회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운영된다'면서 '이제는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는 베네수엘라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엄청난 하락을 겪었다.
대부분 무겁고 밀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생산량은 1998년 하루 340만 배럴에서 오늘날 70만 배럴로 급감했다.
리베라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태만에서 부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 잔인한 쇠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에콰도르의 경우 현재 하루 46만 배럴에서 2028년에는 37만배럴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이들은 에콰도르는 국가 경제가 중남미의 다른 어떤 국가보다 석유 수입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소는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스따보 뻬뜨로 대통령 정부는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앞당겨 석유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최근 콜롬비아 북부 '라 구아히라' 지방에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센스가 부여되었으며,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청정 에너지 국가에서 필요한 모든 전기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러한 유형의 프로젝트가 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고 석유 수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목표가 향후 몇 년 안에 달성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향후 10년 안에 일어날 일들
당분간 중남미 지역의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향후 10년 동안 세계 석유 수요가 어느정도 줄어들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28년에 대한 IEA 예측이 사실이라면 수요 정점이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글로벌 에너지 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날디는 세계가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 목표에 도달하면 중남미 지역은 매우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예견한 다른 극단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경우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정체기가 있는 상황에서 중남미는 중동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출처: https://www.bbc.com/mundo/articles/czkpn4ry2r9o
'라틴아메리카 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콰도르] '국가 비상사태 선포' 사건 및 원인 정리 (0) | 2024.01.17 |
---|---|
[중남미 경제] 무디스, '중남미 인플레이션은 이미 하양 사이클에 진입' (0) | 2023.08.03 |
[멕시코 경제] 2023년 상반기 기대 이상 성적, 하지만 둔화 조짐 (0) | 2023.07.29 |
중국은 어떻게 중남미를 집어삼켰나? (0) | 2023.07.15 |
500년 전 콜롬버스가 지어준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지역·국가들 10개 (0) | 2023.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