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8월 3일 금요일,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탐험가 콜롬버스는 당시 스페인 이사벨 여왕으로부터 신항로 개척을 위한 배 세 척과 자금후원을 받아 서쪽 바다를 통해 인도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Santa María(성모마리아), La Pinta(파인트), La Niña(어린 여자아이)로 명명된 배 세척을 이끌고 스페인 서남부 해안 Palos de Moguer 항구를 출발한 콜롬버스와 그의 선원들은 당초 예상했던 거리를 이미 지나왔음에도 인도가 발견되지 않자 초초해졌다. 인도를 찾지 못하면 망망대해를 떠돌다 죽거나, 아무런 성과 없이 스페인으로 되돌아가도 막대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출항을 지원해준 이사벨 여왕에게 죽임을 당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톨릭 교리에 따라 천동설을 지지하고 지동설을 억압하던 교황의 책봉을 받아 스페인 국왕이 된 이사벨 여왕이 손수 대서양 횡단을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것은 사실상 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천년의 경쟁국가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1488년 희망봉을 돌아 인도, 중국과의 해상교역을 시작하면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껴 콜롬버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점에서 당시 이미 유럽인들도 사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어느정도 사실로 인정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마음을 안고 장장 70일에 걸쳐 대서양을 횡단했고 10월 11일과 12일 사이 늦은 밤 어느 한 섬에 도착했다.
콜롬버스와 그의 선원들은 사실상 죽을뻔한 자신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준 그 섬이 마치 구세주와 같았고 그렇게 이 섬의 이름을 '성 구세주, San Salvador'로 명명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남동쪽으로 약 300km가량 떨어진 바하마제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San Salvador 섬은 콜롬버스가 최초로 상륙한 아메리카의 섬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도 이 섬은 San Salvador 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San Salvador 섬 상륙 이후 본격적으로 아메리카 대륙 탐험에 나선 콜롬버스는 이후 새롭게 발견하는 땅마다 이름을 지었고 현재까지 콜롬버스가 명명한 이름을 사용하는 국가와 지역 10개를 알아보자.
카리브 소안틸리스 제도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2개의 섬 중 남쪽이 앤티가(Antigua, 오래된) 섬, 북쪽이 바부다(Barbuda, 수염난) 섬이다. 이 두 개의 섬은 1632년과 1678년에 각각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81년 독립하여 하나의 영연방 국가가 되었고 현재 주요 산업은 미국 부호들을 대상으로 요트, 골프, 해수욕, 스쿠버다이빙 등의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관광산업과 금융업이다.
중미 니카라과와 파나마 사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어로 '부유한 해안'이라는 뜻이다. 해당 명칭은 1502년 콜롬버스가 이 땅을 발견하고 금으로 된 장신구를 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보고 '분명 금이 많은 곳이 겠구나!'라고 오해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차고 다니던 금부치들은 사실 남미에서 수입된 것이었다.
금은 가난했지만 실제로 목재와 과일, 맑은 물은 부유했다. 1848년 민주국가로 독립한 코스타리카는 마치 콜롬버스의 명맥을 잇듯 현재 국정 화폐단위도 Colón(꼴론, 콜롬버스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고원, 화산, 정글, 해안 등 다양한 지형을 보유하고 있어 래프팅, 서핑, 스노클링,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주력으로 한 관광산업이 발달했다.
카리브해 중심에 위치한 쿠바의 이름의 탄생 배경은 흥미롭다. 여러 설이 있지만 실제 Cuba(꾸바)라는 명칭은 콜롬버스의 일기에서 여러번 등장했다. 당시 원주민들은 해당 지역을 Colba라고 불렀는데 그의 일기 중 '오늘은 현지인들에 따르면 Cipango라고 해야할 것으로 추정되는 Cuba 섬으로 떠날까 한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당시 Cipango(씨빵고)는 당시 유럽인들이 일본을 지칭하던 명칭이다.(중국인들이 일본을 '르빤'이라고 부른 명칭이 유럽-아시아 중계무역을 하던 아랍 상인들을 통해 지빤(Zipan)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전해졌고 이 이름이 이탈리아에 전해지면서 씨빵(Zipan)이 되었다고 한다. Z는 스페인어로 쌍시옷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를 Cipango(씨빵고)로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콜롬버스는 쿠바 섬을 아시아 끝에 있는 일본으로 착각했고 현지인들이 스스로의 땅을 Colba(꼴바)라고 부르던 것을 다시 Cuba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칭했던 데에서 현재 쿠바의 이름이 유래했다.
중남미에는 2개의 도미니카 국가가 있다. 하나는 카리브해 중부 아이티 옆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이고, 다른 하나는 카리브해 동쪽 '도미니카 연방'이다.
동카리브의 작은 섬 '도미니카 연방'의 이름 Dominica는 스페인어로 '하나님의 날'이라는 뜻이며 실제 이 명칭을 따서 스페인어로 일요일은 Domingo(도밍고)이다. 콜롬버스가 이 섬을 처음 발견한 날은 1493년 11월 3일, 그렇다 일요일이었다.
선원: 콜롬버스 선장님! 저기 새로운 섬이 하나 보입니다!
콜롬버스: 오케~ 고고~ (읏챠) 도착!
선원: 선장님 이 섬 이름은 뭘로 하시겠어요?
콜롬버스: 오늘 무슨 요일이냐?
선원: 일요일입니다!
콜롬버스: 오케이~ 일요일이니까 'Dominica'라고 짓자~
도미니카 연방은 1967년 영국이 영연방 위성정부를 세워 직접 통치했고, 콜롬버스의 발견 485주년인 1978년 11월 3일에 민주국가로 독립했다.
현재도 영언방 국가로 남아있는 도미니카 연방은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예술적인 관경과 바다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자메이카는 사실 콜롬버스가 직접 이름을 명명한 섬은 아니다. 1494년 콜롬버스는 쿠바 남쪽에 위치한 자메이카에 도착했고 그 이후 그의 일기에서 자메이카를 여러차례 'Jaimaca(하마이까)'라고 언급했다. 실제 당시 자메이카 섬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섬을 Xaymaca(하이마카)라고 불렀는데 당시 스페인어 철자 X와 J가 동일하게 진한 ㅎ음(가래 끓는 소리)로 발음되었던 이유로 자신의 일기에 Jamaica로 기록했고 해당 명칭이 영국인들로부터 '자메이카'로 발음되면서 현재의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레게 음악의 성지, 우사인 볼트의 고향 자메이카는 아메리카 개척 시대 중요한 중계기지로 활용되며 유럽인, 원주민,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거주하며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아름다운 백사장과 푸른바다, 음악문화로 관광 산업이 발달해있으며, 농업, 광업,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을 갖추고 있다. 바나나와 설탕, 커피, 코코아 등은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농업 상품이기도 하다.
현재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위치한 섬 이름은 콜롬버스가 1492년 12월 11일 도착하여 '스페인의 땅'이라고 명명한 데에서 유래했다.
'라 에스빠뇰라' 섬 동쪽에 위치한 푸에르토 리코는 사실 콜롬버스가 1493년 푸에르토리코 북부에 위치한 수도 산후안만(Bay)의 아름다움에 취해 지은 이름이다. 콜롬버스는 당시 현재의 수도 '산후안'을 '푸에르토 리코'라고 부르고, 해당 섬 전체를 '산후안'이라고 칭했는데 이후 1898년 미-스페인 전쟁 이후 섬의 이름 San Juan(산후안)은 지역 이름으로, 만(bay)의 이름 Puerto Rico(뿌에르또리꼬)는 섬의 명칭이 되었다.
동카리브 소안틸리스제도 중 하나인 세인트 루시아는 Santa Lucía(싼따 루씨아, 성 루씨아)를 영어식으로 표현한 이름이다. 콜롬버스가 이 섬에 도착한 날인 1502년 12월 13일은 기원후 4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순교한 '성 루치아'를 기리기 위한 카톨릭 기념일이다. Lucía(루씨아)는 스페인어로 빛(Luz, 루쓰)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유럽이 위치한 북반구가 가장 어두운 시기인 12월에 자신의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여인을 어둠 속에서 빛을 가져온 존재로 간주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세인트 루시아는 오랜시간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번갈아가며 점령당했고 1979년 민구국가로 독립하여 현재까지 영연방 국가로 남아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화려한 산맥 등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여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다. 부유한 열대 숲과 다양한 환경 지구들 덕분에 자연 애호가들과 탐험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인트 루시아 남족에 위치한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은 스페인어 San Vicente y las Granadinas(싼 비쎈떼 이 라스 그라나디나스)를 영어식으로 부른 국가명칭이다. 이 나라의 명칭은 북쪽에 342㎢ 면적의 가장 큰 섬(세인트 빈센트 섬)과 그 남쪽에 줄지어진 작은 섬(그레나딘 섬)들을 지칭한다.
북쪽에 위치한 가장 큰 섬 세인트 빈센트는 콜롬버스는 스페인 본토에서 'San Vicente de Zaragoza(싼 비쎈떼 데 싸라고싸) 축제'가 열리는 1498년 1월 22일에 이 섬에 도착하여 'San Vicente'라고 명명했고,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들은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Granada(그라나다) 지역의 이름을 따서 '작은 그라나다 섬들'이라는 의미로 Granadinas(그라나디나스)라고 명명했으며, 현재 명칭은 이들 모두를 아울러 '싼 빈쎈떼 섬과 그라나디나스 섬들'을 영어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은 콜롬버스의 발견 이후 수차례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에게 번갈아가며 점령당했다가 1979년 영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독립하여 민주국가를 건설했으며, 현재까지 영연방 국가로 남아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랜 시간 수차례에 걸쳐 여러 나라들에게 점령되면서 형성된 다채로운 문화 덕분에 매력적인 여행지로써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스페인어 Trinidad y Tobago(삼위일체와 담배)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명칭으로, 베네수엘라 동북부에 위치한 두 개의 섬을 영토로한 민주국가다.
1498년 콜롬버스가 2개의 섬 중 남쪽에 위치한 큰 섬에 도착하여 Trinidad(뜨리니닫) 섬으로 명명했는데 이는 콜롬버스가 상륙한 만(Bay)에 3개의 뾰족하게 돌출된 지형을 보고 마치 '삼위일체'를 연상시킨다 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토바고는 스페인어 Tabaco(따바꼬, 담배)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당시 유럽인들이 트리니다드 토바고 북쪽 작은 섬의 원주민들이 섬에 풍부한 담배 식물을 활용하던 것에서 명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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